철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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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 2015-09-17 | 06:00:09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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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림 한국철강산업 대표가 경남 양산 공장에서 최근에 새롭게 선보인 철근 격자망(Bar Fabric)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경남 양산 어곡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철강산업의 제 1공장.

최성림 대표의 방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TV 화면이 눈길을 잡아 끈다.
16개로 나뉜 CCTV 화면 속에는 6개 공장의 생산라인과 출하 상황이 실시간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CCTV 화면을 자세히 살펴볼 새도 없이 최 대표는 각종 설비가 작동하는 동영상을 재생했다.
국내, 아니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철근 가공 설비를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작동 원리와 효율성에 대해 쉬지 않고 설명했다.
설비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다른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다시 또 다른 기계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최 대표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기계”라고 자부했다.
다시 대표실을 둘러보니 접견 테이블과 업무를 보는 책상 위, 책장 곳곳에 공사도면이 쌓여있었다.

매일 아침 직접 확인한다는 재고관리목록에는 강종별, 공장별로 구분해 어느 공장, 어떤 트럭에 얼마만큼의 철근이 적재돼 있는지 빠짐없이 적혀있었다.
철근을 공장에서 가공한다는 인식 조차 없던 1990년대, 국내 최초로 철근가공업을 시작해 25년간 업계 1위를 지켜온 비결을 인터뷰 시작과 함께 알 수 있었다.
현재 한국철강산업은 월 철근 2만2000t을 가공하고 철근 격자망은 1만t, 커플러는 4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제조시설 면적 6000평에 적재 수용량 4만5000t의 규모를 자랑한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발주한 토목 공사의 80% 가량에 납품할 정도니 명실공히 업계 1위다.
그러나 최 대표는 철근가공업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바로 철근 격자망이다.

갈수록 건설 현장의 인력이 고령화되고 건설사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인 상황에서 철근 격자망은 획기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최 대표는 자신했다.

Q. 철근 격자망(Bar Fabric)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철근 격자망은 철근을 우물 정(井) 형태로 배열하고 교점을 용접해 하나의 철근망으로 만든 제품이다.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이 일일이 철근을 배열하고 묶는 과정을 공장에서 해결한 것이다.
일반적인 철근 격자망은 망눈 모양이 일정하게 정해진 정사각형 형태이고 디자인 철근 격자망은 그 외에 건물의 곡선 부분 등에 배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4년 전에 철근 격자망을 도입하려고 해외에서 기계를 가져와 생산해봤지만 생산 속도가 낮아 수십억대의 이 기계를 반납하고 3년을 기다려 새 기계를 들여왔다.
작년 말부터 새 기계를 세팅하고 생산에 돌입, 수원 호매실지구 내 업무용 빌딩에 최초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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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철근 격자망의 장점은
A. 경제적이라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원가절감, 공기 준수 같은 사항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도면에 따라 공장에서 미리 만든 격자망을 배치만 하면 되기 때문에 배근 시간이 30% 가랑 줄어든다.

배근 인원도 당연히 줄어드는데 건설사 입장에서는 직ㆍ간접적인 노무비, 경비, 제보험, 일반관리비 등 여러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숙련된 배근공의 하루 인건비가 20만원인데 1인당 700kg 정도 밖에 조립하지 못한다.
그러나 공장에서 만든 격자망은 최소 1일 1t 이상 생산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공장 제작비에 써서 더 많은 격자망 설치가 가능한 셈이다.

또 도면에 맞춰 배근 간격과 위치를 정확하게 배치하기 때문에 구조물의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에는 격자망으로 가공할 수 있는 업체가 한국철강산업 한 곳 뿐이다.

Q. 철근 격자망이 일반화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A. 경쟁 업체들도 아직은 시장이 초기 단계라 무리하게 투자해서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그럴수록 먼저 기술을 연구하고 기계를 들여와 건설현장에서 직접 써보고 정말 유용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건설, 부동산 시장과 10년 차이를 두고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일본의 경우 이미 공장에서 가공한 철근격자망이 일반화 돼 있다.
국내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밖에 없다.
또 격자망 외에 공장가공품들도 성장성이 높다.
아직도 전체 공사현장의 40% 가량은 현장에서 가공을 하는데 인력, 비용, 구조물의 복잡성 등 이유로 결국 공장가공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Q. 경쟁 업체들과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A. 가장 기본인 도면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여러 업체들이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도면을 보지도 않고 견적을 내고 입찰에 참여한다.
일부 현장에서는 발주처에서도 도면을 보여주지 않고 철근이 얼마만큼 들어간다고만 알려주며 대충 견적을 내라고 한다.

우리는 도면을 보지 않고는 견적을 넣지 않는다.
설비와 인력 등 제작 능력이 부족한데도 도면도 안보고 저가에 입찰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그곳에서 수주한 현장은 몇 개월간 공사 진행이 안되다가 결국은 우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때는 처음 수주한 업체의 입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라도 생산을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인 나부터 도면 분석하는 것을 연구했고 사무직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도면을 분석하는 직원들에게도 직접 가르친다.
도면을 기반으로 기초, 기동, 보, 벽체, 슬라브 등으로 구분해 공사 난이도를 나눈다.

D- 등급이 가장 어려운 공정이고 A등급이 가장 작업하기 쉽다.
우리는 가장 작업하기 쉬운 A등급에는 잘 참여하지 않는다.
C, D 등급 이상 공사를 중심으로 납품해 고난이도의 토목 구조물의 골조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기초에 충실하다보니 15년간 한전 송전탑에 납품했는데 철근 하나, 치수 1㎜의 오차도 없이 안전한 송전탑을 세우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Q. 설비에 대한 자신감도 남달라 보인다.
A. 기계 설비와 산업공학을 전공한 영향이 크다.
지인을 통해 일본에 철근가공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고 철근 가공공장과 기계의 카탈로그를 보면서 정보를 접했다.
기계 설비를 전공했기 가공기계를 보니 어떻게 기계를 만들면 되겠구나 감이 잡혔다.

1993년에 공장을 세웠고 1999년에는 세계 최초로 U곡기를 직접 개발했다.
기존의 기계들은 B25까지만 가능했지만 직접 개발한 기계로는 B32까지 밴딩이 가능했다.
이후에는 B41 밴딩도 가능한 기계를 개발해 부산 명지대교 현장에 납품했다.

2007년에는 B25㎜, B32㎜ 2-HEAD 디지털 터치스크린 자동밴딩기를 개발해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기계 역시 자체 설계해 제작한 것이다.
이 기계는 2008년 발명 특허를 취득했고 2012년에는 중국에서 국제특허를 취득했다.


Q. 철근 공장가공 개념도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는데 어려움도 많았겠다.
A. 처음에는 현 양산시청 앞에서 출발했다.
그 때는 직접 차를 몰고 토목공사 현장을 찾아가 영업을 했다.
현장에서 사람이 해도 규격에 안 맞는데 공장에서 만든다고 맞을리가 있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규격에 딱 맞아 한 번 써본 현장에서는 계속 찾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때 현재 위치한 양산 어곡공단의 부지가 분양이 안돼 저렴한 가격에 나왔는데 그 때가 기회였다.
부지를 매입하고 6년만에 공장을 짓고 3년만에 다시 2공장을, 다시 1년만에 3공장을 지었다.
이후 5년동안 4공장과 거창 공장 2개를 설립했다.

물론 2008년 대기업이 철근가공업에 들어오면서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중소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 5년간 200억원을 투자했다. 우리 회사 매출액이 80억원 정도인데 200억이면 사실 엄청난 투자다. 하지만 자신이 있었다.
과거에도 기술에 투자한 결과 처음 기계를 수입했던 일본 업체들이 역으로 연수를 받고 간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투자를 모두 마쳤고 총 27개 생산라인을 갖춰 대기업을 제외한 국내 가공공장 중 생산능력 기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Q. 철근은 건설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업 다각화 계획은 없나.
A. 격자망 외에 아이템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설비에서 승부를 본다는 게 철칙이다.
앞으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설비를 만들기 위해 구상 중이다.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원재료 투입, 생산 과정을 감독하는 인력없이 완제품을 포장만 하면 되도록 100% 자동화된 설비를 만들 생각이다.
대량으로 짧은 시간 내 가공품을 만들면 그만큼 공사 현장에서 완벽 시공, 원가 절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문수아기자 moon@ / 사진: 안윤수 기자 ays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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